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 이방인의 뫼르소에게 ‘죽음’의 의미
<죄와벌>과 <이방인> 모두 작품 내에 ‘죽음’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죄와 벌>에서는죄와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 <이방인>에서는 주인공 어머니의 자연사,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 뫼르소의 사형으로 형태는 다르지만 두 소설 모두 ‘죽음’을 말하고 있다. 이때 라스콜리니코프와 뫼르소의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죽음은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정체성을 깨닫게 하고, 뫼르소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알게 한다.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법대생이다. 월세도 밀리고 대학 등록금도 내지 못하는 지경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노파를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악덕한 존재라고 여기며 계획적으로 노파를 살해하고, 우연히 그의 여동생까지 살해한다. 그러고는 소설 내내 살인에 대한 죄책감과 반성이 아니라, 범인으로 발각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노파를 살인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노파가 사회에 해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파는 자신을 비롯해 사회 구성원들의 돈을 뜯어먹는 존재이므로, 노파를 죽이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두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정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자신의 살인에 대해 합리화를 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구분한다. 비범한 사람만이 사회정의를 위해 법을 초월할 수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전당포 노파를 죽인 것은 자신이 영웅인지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비범한 사람이기를 바랐지만, 그는 그저 살인을 저지른 해악의 존재였고, 전당포 노파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던 것을 깨닫는다. 노파의 죽음은 자신이 영웅이라고 믿고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그의 오만함을 깨우치게 한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총 3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첫 번째. 어머니의 자연사.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전해 들으면서 시작된다.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고도 그는 직장상사에게 휴가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 어머니가 지내던 양로원까지 먼 길을 가야 하는 것, 밤샘을 새며 그 옆을 지켜야 하는 것에 더 부담을 느끼고 피로해했다.. 어머니의 사망은 그냥 언젠가 그에게 생겨날 일이었고, 그래서 그는 너무 슬퍼하지도 놀라지도 않는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마리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데 이것 또한 어머니의 죽음과는 관계없이 그저 우연히 발생한 일인 것이다.
두 번째,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살해하게 된 것. 뫼르소는 아랍인을 살해한 죄로 재판장에 서게 되는데 범행 이유로 뜨거운 태양 때문에 눈이 부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삼자의3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본능에 따라 살아왔던 것인데, 그 삶에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불과한 것이다.
세 번째. 뫼르소 본인의 죽음. 사형선고를 받은 뫼르소는 그제야 자신의 삶에 온전히 몰입한다. 그가 아랍인을 살해한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 후 일어났던 일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재판장 안에서는 그가 사회적인 기준에서 선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여 사형선고를 내린다. 하지만 ‘선하지 않은 행동’은 뫼르소가 늘 해오던 행동이었다. ‘선하지 않은 행동’은 사회에서 정한 ‘선’에 벗어나는 행위이다. 뫼르소는 그의 죄에 대해서 재판받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 대해 재판받은 것이었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판단하는 상황을 보며 뫼르소는 진정한 행복을 마주한다. 그동안 나 자신으로 살아온 삶은 진정 행복한 삶이었으며 자유로웠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는 개성적인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복종하는 개인을 원하며 그렇지 않은 개인을 재단했지만, 뫼르소는 재판장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 자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죽음이 다가오자 그는 여태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뫼르소는 하나님이나 항소에 의지하지 않고 사형을 선택하는데, 사회에 있어서 이방인 같은 자신을 사회로부터 자유로운 행복한 인간이라고 여기며 끝까지 사회의 틀에 구속되지 않는 개인으로 삶을 마친다.
<죄와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찾는다. 이는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삶의 엉망으로 살거나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행복과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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