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구력과 급부보유력
1) 청구력
채권에는 당연히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효력, 즉 청구력이 있다. 여기서 [청구할 수 있다]고 함은 재판 외에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이 청구력을 갖는 시기는 원칙적으로 채무의 이행기가 된 때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때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행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청구력을 갖게 된다.
채권의 청구력에 있어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처음에는 본래의 급부의무에 관하여서이다. 그런데 채무자가 그러한 급부의무를 그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그것과 병존하여 또는 그것 대신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요컨대 채권의 청구력은 본래의 급부의무에 관해서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도 인정된다.
2) 급부보유력
채권에는 채무자의 급부가 있는 경우에 그것을 수령하고 적법하게 보유하는 효력, 즉 급부보유력이 있다. 이는 채권이 청구력을 가지는 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에 급부보유력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급부를 보유하는 것은 적법하고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변제로서 물건을 인도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청구력과 급부보유력은 채권의 기본적 효력 내지 최소한도의 효력이다. 따라서 그러한 효력을 갖추고 있으면 설사 실현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법률상의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2. 실현강제력
1) 의의
채무자가 청구권의 내용을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그것을 강제적으로 실현시킬 수 없다면 채권은 실효성이 없는 권리로 전락할 것이다. 따라서 법률은 원칙적으로 채권에 채무의 내용실현을 강제하는 힘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실현강제력이라고 한다. 주의할 것은 실현강제력에 의하여 채무의 내용을 강제로 실현시킨다고 할 때에 채무는 본래의 급부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것과 병존하거나 그것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는, 손해배상의무가 본래의 급부의무와 마찬가지로 청구의 내용이 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다.
채무내용의 실현은 채무자의 인격, 의사를 존중하고 있는 근대법에서는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진다. 그런데 강제집행이 가능하려면 채권자는 먼저 이행판결 기타의 집행권원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채권에는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효력과 그 전제로서 소를 제기하여 이행판결을 받을 수 있는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전자를 집행력, 후자를 소구력이라 한다.
2) 소구력
우리 법상 채권에는 원칙적으로 소구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일정한 요건 하에 국가에 대하여 이행판결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채권자는 소권을 갖는다. 그리고 이때 채권자가 얻은 이행판결은 강제집행의 전제인 집행권원이 된다.
3) 집행력
채권에는 원칙적으로 집행력이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집행이라 함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국가의 집행기관이 채권자를 위하여 집행권원에 표시된 사법상의 이행청구권을 국가권력에 기하여 강제로 실현하는 법적 절차이다.
3. 자연채무
1) 자연채무의 의의
일반적으로 자연채무라 하면, 채무자가 임의로 급부하지 않은 경우에도 채권자가 그 이행을 소로써 구하지 못하는 채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의 채무가 법률상의 채무 내지 법률적으로 의의있는 채무만을 의미하는가에 관해 견해가 대립한다. 다수설은 자연채무에 있어서의 채무는 법률상 의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수설로서 법적의무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반사회적 행위로 인한 자연채무도 인정하는 견해, 도덕상의 의무를 포함하여 법률상 급부보유력이 인정되고 있는 경우를 자연채무의 개념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2) 자연채무가 문제되는 경우
자연채무가 문제되는 경우는 1)부제소의 합의가 붙은 채무, 2)약혼에 의한 혼인체결의무, 3)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 4)반사회질서 행위에 기한 채무, 5)불법원인에 기한 채무, 6)사무관리에 있어서 보수지급의무 등이 있다.
3) 자연채무의 효력
자연채무는 소구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채무도 법률상의 채무이기 때문에, 채무자의 임의의 급부는 증여가 아니고 채무의 변제이며, 따라서 그 급부는 비채변제로서의 수령자의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당연히 급부한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급부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자연채무의 최소한도의 공통적인 효력이다. 그 밖에 자연채무에 어떠한 효력이 부여될 것이가는 각각의 자연채무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4. 채무와 책임
1) 책임의 의의
책임은 다의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는 1)어떤 자가 자신이나 타인의 행위 또는 일정한 위험에 대한 결과를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방식으로 떠맡는 것을 의미하나, 2)채무를 의미하는 때도 있다. 여기서는 채무에 대한 개념으로서의 책임이다.
채무에 대한 개념으로서의 책임은 [채무자의 재산이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복종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 채무와 책임의 관계
채무와 책임의 관계에 관하여 학설은 대립한다. 다수설인 제1설은 채무와 책임을 구별한다. 제2설은 채무와 책임을 개념상 구별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채권이 본질적 속성을 채무와 책임이 대등한 요소로서 결합된 것이라고 이해한다. 제3설은 채무와 책임의 개념적 구별을 부정하고 책임을 채무 속에 흡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3) 채무와 책임의 분리
(가) 책임없는 채무
채권의 당사자는 채권을 발생시키면서 또는 기존의 채권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특약은 유효하다. 그 결과 그러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 채권자가 특약에 반하여 강제집행을 하면, 채무자는 법원에 집행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채무와 분리되어 있는 책임의 관념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특약은 [책임없는 채무]에 관한 특약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책임이 한정되는 채무
채무자는 채무의 전액에 관하여 그의 모든 재산으로써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인적책임 또는 무한책임이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적책임 또는 무한책임에는 법률규정 또는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예외가 인정된다. 즉 예외적으로 책임이 채무자의 일정한 재산에 한정되거나 또는 일정한 금액의 한도로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를 물적 유한책임이라 하고, 후자를 금액 유한책임이라 한다.
a. 물적 유한책임
물적 유한책임이란 책임이 채무자의 일정한 재산에 한정되어 있어서 채권자는 그 특정재산에 대해서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 예로는 상속의 한정승인을 들 수 있다.
b. 금액 유한책임
금액 유한책임은 채무자가 그의 전재산으로써의 책임을 지지만 그 책임액에 제한이 있는 경우이다. 이는 그의 전재산으로 책임을 지므로 인적 책임이고, 책임이 일정한 금액의 한도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유한책임이다. 그리하여 금액 유한책임은 인적 유한책임이라고도 한다. 금액 유한책임의 예로는 합자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의 책임, 선박소유자의 일정한 채무에 대한 책임을 들 수 있다.
(다) 채무없는 책임
가령 물상보증인이나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는 채무를 부담함이 없이 책임만을 진다. 그러나 이경우에 채무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책임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주체와 책임의 주체가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채무없는 책임]은 특정한 물건으로 피담보채권의 우선변제에 사용되는 특별책임의 경우에만 인정되며, 채무자 이외의 자가 일반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보증인은 실질적으로는 책임만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지만, 민법상 보증채무라는 채무도 부담하고 있으므로, 채무없이 책임만 진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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